이집트에서 반출 금지된 고양이는 어떻게 이탈리아에서 족제비와 쥐잡이 경쟁을 했을까

Q :  집안에서 고양이를 보면 귀엽게 느끼지만, 쥐를 보면 징그러워서 때려잡으려고 한다. 햄스터는 귀엽다고 키우니 쥐 나름이긴 하다. 동물에 대한 기호는 천차만별이지만, 인간들이 특정 동물을 싫어하는 타이밍은 같다. 자신들에게 손해를 끼칠 때다. 그러니 5세기에 서아시아와 러시아발 쥐떼가 남부 유럽에 들어왔을 때, 그들이 설사 햄스터 외모를 가졌더라도 인간들이 환영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기겁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족제비들이 쥐잡이로 고용되어 활약하고 있었다. 족제비들과 고양이들의 쥐잡이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집트의 여신 고양이가 어떻게 유럽으로 퍼지고, 이탈리아에서 족제비와 쥐잡이 경쟁을 벌이게 됐을까? 결과는 명백하지만 그 전개 과정이 궁금하다.

 

 이집트에서 반출 금지된 고양이가  유럽에 퍼지다

  첫번째 주자는 '페니키아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기원전 1,000년 무렵, 선박으로 해양을 오가며 무역하던 장사꾼들이었다. 잇속에 밝은 그들 시선에 국외 반출이 엄격히 금지된 아프리카 살쾡이가 포착되었다. 이집트에서 숭배받고 있는 특이한 고양이를 밀반출하는 길을 모색했다. 그들은 지중해 연안의 모든 무역 지점을 통해 고양이를 팔아넘겼다. 남부 유럽,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큰 섬들에 최초의 고양이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두번째로 고양이가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 왕 캄비세스가 이집트를 정복했을 때였다.  고양이들이 페르시아 제국을 통해 서아시아와 인도까지 퍼져나갔다. 기원전 30년에 로마가 이집트를 정복한 이후 이탈리아에서 고양이 수가 더욱 늘어났다. 로마제국이 유럽 대륙 내에서 점점 팽창하자 고양이들도 로마 군단을 따라서 영국, 프랑스, 독일 지역 등으로 퍼져나갔다.  

  요약하면, 고양이의 유럽 진출은 페니키아 상인들의 밀수품 대상에서 출발했다.  여러 제국이 이집트를 점령하고 영토를 확장하자 고양이들도 그 대열을 따라가며 숫자가 늘어났다. 이것이 고양이에게 좋은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제국의 흥망성쇠도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유럽에 기독교 문화가 탄생하자 고양이의 호시절은 끝이 났다. 유럽 대륙 전역에 퍼지지 않았더라면, 박해를 덜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족제비와 한판 승부

고양이와 족제비가 쥐잡이로 경쟁하는 모습. AI로 생성한 이미지.

  고대 로마 제국 시기, 이탈리아는 로마 제국에 속해 있었다. 로마가 이집트를 정복한 후에 이탈리아의 고양이 수는 더욱 늘어났다. 특히 로마 군단 소속 병사들이 귀향할 때 짐 속에 고양이를 넣어가지고 갔다. 이집트에서 쥐떼와 맞서 싸우는 데 고양이가 홀로 군림했다면, 이탈리아에서는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바로 족제비였다. 몸길이 약 30cm에 다리는 짧지만 잘 뛰고 잘 기어오르는 족제비는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쥐를 사냥했다.  이탈리아에 고양이가 유입되면서 족제비와 경쟁이 붙었고 싸움이 일어났다.

 초반의 상황은  고양이에게 불리했다.  막 들어온 고양이보다 일찍 가축화된 족제비가 더 온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역전했다. 족제비에게 큰 약점이 있었다. 냄새가 지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귀중히 여기는 닭, 산토끼, 집토끼, 심지어 양도 사냥했다. 이에 반해, 고양이는 쥐사냥에 몰두했다. 그리고 청결에 늘 신경 쓰는 동물이었다. 게다가 마음이 내키면 애교를 잘 부렸다. 족제비보다 더 사교적이고 사람 친화적이었다는 뜻이다.

  5세기 경, 서아시아와 러시아로부터 밀려든 엄청난 쥐떼가 남부 유럽을 강타하면서 둘의 판도를 갈랐다. 당시에 몰려오는 쥐떼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오직 고양이뿐이었다. 결국 족제비는 사람들의 집에서 쫓겨나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다. 족제비가 추방된 후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귀여움을 받았다. 이집트에서처럼 여신으로 격상되지는 않았지만.  야생으로 돌아간 족제비는 불행했을까. 나중에 고양이가 받았던 박해를 목격했다면, 인간들의 변덕에 내심 혀를 찼을 것이다. 자신이 추방된 일이 정말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인간의 변덕은 사랑을 증오로, 칭송을 박해로 바꾸게 한다. 
-조지 오웰, <동물농장> 중에서 

  

 이는 중세로 넘어가면서 고양이에 대한 태도가 급변한 인간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